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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 Title.

6/1/2011

25 Comments

 

" Yosemite National Park " 05-28,29,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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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Comments
KC
6/1/2011 10:05:03 am

괜히 끄적대다 욕만 바가지로 먹는게 아닌가 사실 약간은 겁이 나기도 합니다. 근데 대장님께서 너무 열쉬미 일하시는데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뭔가 해야하지 않을까 싶어 용기를 내봅니다. 사실 50명이 넘는 인원을 모두다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은데 대장님이 알아서 잘 하십니다. 적당히 짜를 건 짜르고 취할 건 취하면서 앞으로 앞으로 가십니다. 저희들이 할 일이란 감놔라 대추놔라가 아닌 무조건 따르는 겁니다. 그래야 리더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흔히 인자라고 말하더군여. 큰 바위 얼굴같은 모습을 꿈꾸면서 그냥 그 자리에 있으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그럼 기억을 한 번 더듬어 볼까요.

5월 28일, 토욜

새벽 2시부터 잠이 깨서 눈을 떴다 감았다 수없이 반복하다 5시 45분에 벌떡 일어나서 방에 주욱 늘어논 짐들을 죄다 가방에 넣었다 뺐다하다가 엣다 모르것다 죄다 넣고 모임 장소에 도착해보니 6시 10분 전이다. 허리가 엄청 긴 버스가 멋지게 올림픽 거리 한 블럭을 차지하고 있다. 대원 모두가 생기가 가득한 모습으로 분주하게 움직인다. 엄청 많은 보따리들이 그 큰 버스의 양 날개 속에 가뿐히 들어 앉고 52명이 그 날개 쭉지에 돌아가며 자리를 튼다. 버스 꽁지에도 수없이 많은 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서 어딘가를 가려면 이렇게 먹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안먹고 살 수는 없나하는 하나마나한 소리다.

창 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넓고 조용하다. 마치 우리만 호들갑을 떨면서 몇 달을 걷는 연습을 하고 예행 연습을 하고 준비를 하고 그랬던 것 같다. 3차선 도로를 따라 유유하고 도도하게 그 길을 따라 나도 덤으로 묻어서 남들가는대로 흘러가고 있다. 7080 음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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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
6/1/2011 10:31:19 am

7080 음악이 사알짝 나오다 말고 클래식 음악으로 노선 변경이다. 잠시 들뜨던 분위기가 클래식 음악에 떠밀려 잠자는 모드로 전환이다. 아마도 대장님께서 잠시 눈이라도 붙이라고 배려하시는걸거다. 모두 군말없이 조용하게 눈을 감고 있다.

대장님은 연신 복도를 왔다갔다 하시면서 회원들 챙기시기에 바쁘시다. 리더가 그렇다. 적당한 소금이 뿌려져야 제 맛 나는 간 고등어처럼 모두 편하도록 살피고 또 살피신다. 그래서 리더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멍하게 버스 천장을 뚫어져라 보고 있으니 아침으로 바나나와 삶은 달걀을 먹으라고 나눠주신다. 적당하게 익은 놀노란 바나나가 3번 베어 먹으면 딱인 안성맞춤 사이즈다. 거기다 물 한병까지 끼워서 노련한 스펜서씨의 환상의 아침 전략이다.

시간을 보니 아직 한 시간 밖에 안됐다. 베이커스 필드를 지나고 있다. 나, 너 할 거 없이 우리가 되어 길을 떠나고 있다. 창 밖에는 무슨 이유인지 휴일 아침부터 누군가가 경찰한테 붙잡혀서 딱지 떼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무지 억울할 거 같다. 요즘은 이유 막론하고 수 백불이라던데…

창밖의 유도화가 휙휙 지나치는 걸 보니 2차선에서 차가 속력을 내고 있다. 대장님은 2분 있으면 화장실에 도착이고 다음 번 휴식은 Oak Hurst에서 한다고 두 마디 하시고는 마이크를 끄신다.

화장실 갔다가 모두 기지개를 한 번 켜고는 다시 차에 오르니 대장님께서 앞으로의 일정을 말씀하신다. 말씀 도중에 밖을 내다보니 차가 휘리릭하고 순간 날라가는 것 같다. 대장님께서 75마일로 속력을 내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도착하면 왕복 2 마일 거리인 Mirror Lake로 곧장 가서 가벼운 산행을 할 예정이라고 하시며 일단 Curry Village로 가서 Check In을 하고 1 마일 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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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
6/1/2011 10:40:00 am

1 마일 밖의 공원에서 식사를 할 예정이라고 하신다. 이나저나 먹는 게 문제이긴하다. 대장님은 일정을 소개하면서 너무나 아름답다고 10번 정도는 강조하신다.

백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나도 감히 말할 수 있다. 수없이 많이 요세미티를 왔지만 올 때마다 다른 모습이고 또 다른 감동이 이는 곳이다. 오랫만에 만나는 욤이(요세미티의 약자)가 또 어떤 모습일 지 나도 궁금하다.

한참을 가다 눈을 떠보니 중가주 오렌지 밭을 지나고 있고 속절없이 흐르는 클래식 음악은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지 저마다 소곤대는 소리만이 간간히 들린다. 좀 있더니 7080 음악이 쏟아져 나오면서 모두가 웅성대기 시작한다. 밸산 대장님의 노래 선곡은 탁월하다 못해 무드가 있고 재치가 있다. 적당한 때에 판을 바꾸신다. 아마 아침부터 7080 음악으로 시작했으면 잠도 못자고 벌건 눈으로 산을 오르다 헛발질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나마 수면제인 클래식 음악으로 한숨 눈을 붙이고나니 좀 개운하긴하다.

귀에 익은 김세환의 감미로운 노래소리가 흐르니 모두가 생글거리는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따라 부른다. 대장님께서 쎄시봉 CD를 구입하셨는 지 쎄시봉 멤버들의 히트 곡이 연이어 봇물터지듯 나온다. 추억의 노래다. 기분이 사알짝 좋아지고 있다.
11시 경, 요세미티 가기 1시간 전의 거리에 위치한 휴양도시 Oak Hurst의 어느 슈퍼마켓에 도착해서 화장실 갔다 돌아오니 점심으로 오뎅김밥을 하나 씩 나눠주신다. 쩝쩝 소리가 들리며 맛있다고 수학여행가는 기분이라고 다들 좋아하신다. 모두 기분이 업이다. 욤의 근처에 왔는 지 1차선 꼬불꼬불한 도로를 달려가며 길게 늘어진 나뭇가지들은 버스 천장 위를 스르륵 지나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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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
6/1/2011 10:44:02 am

버스 천장 위를 스르륵 지나고 있다.

‘후회는 이별의 씨앗이라고, 차라리 만나지 말아야 했던 가슴 아픈 사랑이라며… 사랑이 무엇인지 알 것만 같다고, 이 허무한 이별을 알게된 지금 어쩌구 저쩌구… 갈대와 갔다는 여자의 마음, 어리석었던 내 사랑’이라고 절절하게 노래를 부르지만 다들 무표정으로 먼산을 바라보고 있다.

산으로 올라갈수록 촘촘히 박아놓은 쭉 뻗은 소나무가 그 위엄을 자랑하며 목적지를 향해 달려간다. 5000 feet 사인을 지나며 버스도 헉헉대고 흐르던 음악도 튀기 시작한다. 뭉게 구름사이로 삐죽이 솟은 소나무는 하늘을 가리고 길가 시냇물은 많은 강수량으로 인해 말랐던 냇가에 생기를 준다. 산을 오르기엔 더없이 좋은 날씨지만 바람이 부는 지 잔가지들이 흔들거린다. 여기 저기 녹지 않은 눈들이 한무더기씩 쌓여있다.

입구 가까이에서 부터는 입장을 기다리는 차들이 줄지어 서있다. 주산을 안배워서 암산을 못해서 돈받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다들 한 마디씩 한다. 50명이나 단체로 들어가는데 단체 할인이 엄따구 여기저기서 또 한 마디씩 거든다.

실없는 조영남은 전 부인인 윤여정과 다시 살고 싶은 마음이 있는 지 아님 미안한 지 ‘여봉~, 여봉, 카페에 앉아 그 시절, 장난치던 그 시간이 추억이 되었다며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며 알쏭달쏭 여전히 사깔리는 소리만 해대는 조영남의 노래가 슬그머니 끼어든다. 나도 ‘싱거운 사람’하면서 그냥저냥 듣는다. 근데 누가 곡을 썼는 지 가사는 기가 막히다. 근데 조영남 노래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무관심은 관심이라 했던가. 가사를 곱씹으며 모두다 지난 시간으로 돌아가고 있는건지 그 속을 알 수가 없는건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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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
6/1/2011 10:51:09 am

그 속을 알 수가 없는건 확실하다.

굽이굽이 돌아 욤이 품으로 다가가는데 갓길에서 갑자기 나타난 사슴 땜에 놀라서 환성을 지르다보니 지래 겁먹어 다 도망가버렸다. 깊은 산 중임이 분명하다. 빽빽하게 둘러선 소나무, 편백나무 그리고 간간히 보이는 불에 타 쓰러진 그들의 모습에선 오히려 위로가 있다. 그렇게 하여 생태계가 유지된다고 보면 그들이 살아가는 또 하나의 모습이다.

영국 여왕이 감탄했다던 요세미티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Tunnel View에서 내려 사진을 찍고 또 찍고 했다. 혼자서 둘이서 셋이서 여럿이서 단체로 여자 남자 모두 빨랑 빨랑 찍는다. 그 다음은 Bridalveil Fall로 향하는데 벌써 차가 밀리기 시작이다. 8000 feet 상공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로 인해 지상에선 하얀 물줄기가 흔들리듯 뿌리면서 그 모양새가 면사포같다고 해서 인지 이름이 한국말로 하면 면사포 폭포다. 구룡폭포 정도는 되야지 용이 꿈틀거린다 뭐 그런 정도가 되야 폭포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다. 우리나라 제주도에 있는 천지연 폭포 역시도 이름이 하늘과 땅 그리고 연못, 뭐 그런 의미인 걸 생각하면 동서양 문화의 차이는 붙여진 이름에서도 볼 수가 있다.

말이 면사포 폭포이지 그 아래에 서보니 거의 물벼락 수준이다. 물난리가 난 그 와중에서도 우린 ‘밸 산’을 외치면서 사진을 찍었다. 물벼락을 왕창 맞으면서도 그 물기운에 흠뻑 취해 정신없이 찍다보니 옷이구 신발이구 다 젖어 버리고 카메라까지 찬 기운에 완전 방전되어 더이상 사진을 찍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 강한 물기운에 밀려 모두 코 끝이 얼얼해져 돌아왔다.

Merced 강을 끼고 Curry Village로 향하는데 시간을 보니 오후 2시 45분이다. 5분 걸린다던 거리가 차가 밀려서 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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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
6/1/2011 10:56:45 am

5분 걸린다던 거리가 차가 밀려서 거의 40분만에 Curry Village도착이다. 산의 기운이 충만하고 꽉 차인 느낌이다. 어느 한 부분 아쉬움도 부족함도 없다. 그 안에 우리가 들어와 있는 것이 꿈만 같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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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
6/2/2011 09:51:24 am

대장님이 Check-In을 하는 사이 우리는 뱅글 뱅글 돌기를 한 20번 정도는 했다. 파킹할 곳을 못찾아 그 큰차를 넣었다 뺏다, 나무 뿌래기를 들었다 놨다, 52명 모두가 일어났다 앉았다, 우루루 차에 탓다 내렸다, 웃었다가 중얼 거렸다가, 운전수 혼자 파킹하구 오라구 했다가, 그냥 같이 가자구 했다가, 비가 오는데 이 많은 짐을 우짜냐구 했다가, 짐을 먼저 내리자구 했다가, 이것도 추억이라고 했다가, 낼 올라갈 수 있으까나 했다가, 그걸 으뜨케 날르냐구 했다가, 아무튼 이 산떠미같은 짐이 갑자기 웬수가 되어버린 순간이었다. 운전사 아저씨는 심란해져서 후다닥 내리더니 니하오마를 연신 해대면서 차가 너무 커서 안된다구 소리를 질러 댔다.

드뎌 대장님이 오시더니 모든게 평정을 되찾았다. ‘짐을 다 옮기세요’ 그 한마디로 겜은 끝났다. 남자들은 비를 맞아가며 그 무거운 짐을 군말없이 바리바리 싸온 음식 무데기들을 옮기고 또 옮기면서 한편에서는 불을 피워 고기 구울 준비를 하려던 찰라 불꽃이 확 피워오르기 시작했다. 사실 작은 사이즈의 불이었는데 불나는 걸 첨 본나는 순간 가만보니 테이블 위에 개스통이 한 10개는 있었는데 그러다 펑 하는 날에는 으아…밸산 화이팅이 아니라 ‘밸산, 요세미티에서 삼겹살 구어먹다 산을 홀라당 태워 먹다’라는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날 기사를 생각해보니 으찌나 놀랬던지… 근데 나중에 들은 소리인데 남자들은 다 도망가고 씩씩한 여성들이 다가가서 개스불을 그나마 끄고 왔다라는 거였는데. 어쨋든 나도 너무 놀래서 줄도망을 가다 가만보니 앞에 소화기가 눈에 들어와서 지나가시던 대장님께 불났다고 하니 갑자기 놀랜 대장님은 소화기를 들고 뛰셨다.

순간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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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
6/2/2011 09:57:35 am

순간 대장님도 너무 놀래셨는지 양 선생님께서 소화기 핀을 뽑아 확 뿌리니 팍 소리가 나면서 허연가루가 온 상을 덮어버렸다. 순간 아… 뜨… 모두 망연자실 치다보는 눈들이 토탈 102개. 이어 득달같이 달려온 Park Ranger들은 절대 음식은 할 수 없다라는 명령을 내렸는데. 모두가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1시간을 우왕자왕 이리저리 왔다리갔다리 하다가 대장님은 ‘오늘 저녁은 부페로 갑니다’ 하는 순간 모두의 그 표정이란 안도감이 아닌 ‘누가 신고했냐, 그냥 끄면 되는건데, 까탈스럽게 굴긴, 그냥 방에서 몰래 조용히 해먹으면 안될까, 이건 한국같으면 문제도 아닌데, 그럼 이 많은 음식은 또 우짜냐, 이 밤에 외국 음식이 배에 들어갈까하는 온갖 걱정스런 표정이 52명 각자의 얼굴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할 수 없이 모두 터덜터덜 김이 빠져서 식당에 가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50명인데 단체 할인 없냐구 이렇게 떼부대로 들어가는데 당연히 해줘야한다구 해서 앞으로 당당하게 나가서 메니저를 불러 우리 50명이니 할인 없냐 했더니 그딴거 엄따라구 한번에 거절하기에 할 수 없이 그럼 Senior 할인없냐 뭐 그렇게 해서 게오 아그 1명 Senior 6명 나머지 44명 일반으로 했다. 근데 우리 같으면 15불 50전 곱하기 44명 찍으면 계산이 팍 나오는데 주산을 안배워서 머리가 뒤로 돌아가다 엉켰는지 일일이 15.50을 44번 찍겠다구 한 번 두번 세번 Enter를 계속 누지리고 있었다. 한 바퀴 돌고 와도 아직도 계속 누르고 있었는데 크레딧 카드로 계속해서 똑같은 금액을 열 댓번 누질러대니 누가 장난하는 줄 알고 크레딧 회사에서 블락을 시켜버렸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하여튼 그 계산은 우리가 저녁을 다먹고 나갈 때까지 계속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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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
6/2/2011 10:05:40 am

나갈 때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인내심 강한 스펜서 여사는 캐쉬어를 달래가면서 크레딧 회사에 전화를 걸어서 이거 장난 아니니 블락을 풀어라 우리 시방 44명이 맘마 먹고 있으니 괜찮은거다 뭐 이래가지고 겨우 겜이 끝났던거였다.

밥이 어디루 들어갔는 지 하간 기대 이상으로 음식이 맛있었다구 모두들 해피해져서 그나마 을매나 다행이었는 지 터덜터덜 숙소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모두 무거운건지 걱정인지 아직 산행은 시작도 안했는데 김빠진 맥주처럼 발걸음이 풀어지고 있었다. 방안에 들어가서 보니 히타는 따땃하게 들어오고 배는 부르고 자리에 누워보니 별은 안보이는데 비가 오는 지 지붕위에 비 떨어지는 소리를 심상찮게 들으면서 잠이 들다 말다 깨다 말다 뭐 이렇게 수 백번을 헤아리면서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3편 계속

5월 29일, 일욜

밤새 빗방울 때리는 소리에 잠을 설쳤더니 눈이 뻑뻑하다. 그나마 우리 방은 히터가 있어 따뜻하게 잤다. 새벽 5시에 나와보니 깜깜하다. 그래도 모두 준비해서 이따만한 가방메고, 모자쓰고, 지팡이 들고, 장갑끼고 무장을 하고 나와 우뚝 서있다. 아침 식사라며 한 봉다리씩 받아서 열어보니 샌드위치 한개, 사과 한개 그리고 김치 대신 피클이 노란 봉투에 들었다. 근데 피클은 국물이 새는지 노란 봉투가 젖어있다. 다분히 인간적인 모습이다. 그 옛날 책가방 속 도시락의 김치 국물 새듯 그렇게 얼룩진 봉다리를 들고 가만 생각해보니 엊저녁부터 잠도 못자고 50명분 아침 준비하느라 스펜서 여사 무자게 고생하셨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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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
6/2/2011 10:09:09 am

자동차를 타고 가려던 계획을 변경하여 걸어서 Happy Isles까지 가야하는데 깜깜한 길을 나서 한참을 돌다보니 도로 제자리다. 52명이 쭐래쭐래 대장님 뒤를 따라가며 아무도 군소리하는 사람이 엄따. 대장님은 큰소리를 내지 않으신다. 조근조근 말씀하신다. 말하다 보면 헛소리도 가끔은 낑기게 마련인데 도데체 씨다리기 없는 말씀은 안하신다. 그리고 ‘여러분 제가 좀 예민해졌습니다.’라고 하면 그건 무자게 화가 나셨다는 말쌈이신데 그것조차도 부드럽게 말씀하신다. 근데 그것도 두번 세번 말씀하시지 않는다. ‘여러분, 제가 좀 예민해졌습니다’하면 모두가 조용하다.

Vernal Fall에서 아침을 먹기로 하고 폭포를 따라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며 그 강한 기운에 눌려 헉헉대며 계속 오르는데 사실 나는 대원들 중 몇 명은 관절 땜에 못 올라갈거란 생각을 했었다. 나중에 사진 찍을 때 보니 모두 밸산 화이팅을 하며 52명 전원이 다 있어서 역쉬 뺄산이구나 생각했다. 그 차가운 폭포물을 맞으면서도 대원 일일히 사진을 찍으시며 ‘Next’를 외치셨다. 대장님이 ‘Next’하면 뭐 ‘한 장 더 찍어여’ 라덩가 아님 ‘잘 나왔어여’라덩가 뭐 그딴게 전혀 엄따. ‘Next’하면 군말없이 내려와야 한다. 엄청난 폭포수처럼 밸산도 엄청나게 사진을 찍었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그 물의 위력은 거의 상상을 초월한다. 엄청난 물이 떨어지니 떨어지면서 물이 아니고 무슨 하얀 물거품을 내어 뿜으면서 그 잔여물이 튀겨서 우리는 이슬을 맞았고 아래에선 비를 맞는거다. 간혹 올라가면서 우박을 맞아보기도 했다.

폭포 주변의 나무들은 제각기 자기 나름의 푸르름이 있다. 하다못해 나무에 붙어있는 이끼도 살아있다. 거무티티한 이끼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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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
6/2/2011 10:19:57 am

거무티티한 이끼가 아니라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싱싱함이다. 요미의 강한 기운에 힘입어 나무껍질에 기생하는 이끼도 제값을 한다. 한참을 올라가는데 위에서 ‘우비여’한다. 그러면 모두다 군말없이 우비를 입으면 된다. 우비를 입고 Vernal Fall 위까지 올라갔다. 거기서 휴식을 하며 놀았다. 밸산이 휴식하며 논다는 말은 모냐면 그건 사진 찍는거다. 밸산은 사진 찍는게 노는거다. 속력을 내어 Merced 강을 따라 Nevada Fall까지 가는 길은 자연에 오염되지 않은 본연의 모습 그대로다. 거친듯 하면서도 부드럽고 무서운 듯 하면서 요염한 그 자태는 보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다.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그 묘한 모습에 안 빠져들 사람이 없다. 우리는 Nevada Fall 위에 떨어지지 말라구 망을 쳐놓은 곳까지 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나는 그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여기서도 우린 디리 놀았다. 그니까 사진을 무자게 찍은거였다.

Merced 강 왼쪽 길을 따라 본격적으로 Half Dome으로 가는 길을 따라 주욱 줄지어 서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했다. 이제까지는 온갖 구경거리를 즐기면서 울랄라 왔는데 이제부터는 거의 고행의 수준이다. 벌써 길 자체가 드라이해 지고 평지로 약간 들어서면서 약간의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벌써 대장님은 못 올라갈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 마련하느라 어디 평평하고 햇볕 좋은데 없나하고 두리번 거리신다. 주일 예배도 볼 수 있는 평지에 자리를 피고 올라갈 수 있는 사람들은 올라가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거기서 가볍게 몸을 푼다. 나는 올라가는 팀에 섞여서 올라간다. 눈발이 점점 굵어지고 바람이 부는지 눈발은 사선으로 이어진다. 춥지는 않고 약간 서늘한 느낌으로 옷을 벗자니 춥고 입자니 약간 걷는데 둔하고 어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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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
6/2/2011 10:23:42 am

어쨋거나 입고 벗고 하기도 구찮아서 왠만하면 그냥 가고 있다. 눈발을 피해 고개를 숙이고 앞으로 앞으로 행진하고 있는데 저 앞서 가신 대장님과 대원들이 눈이 와서 더이상 올라갈 수 없다고 하신다. 앞으로 2마일 더 남았는데 눈이 무릎까지 빠져서 갈 수 없으니 돌아가자고 하신다. 아싸하면서 서둘러 내려오니 뒤쳐지셨던 분들 모두 자리해서 함께 예배 볼 준비를 하고 계신다.

4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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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
6/4/2011 12:29:23 pm

다들 배가 고픈지 멍석에 앉아서 음식을 좍 피려구 폼잡는데 대장님께서 ‘자, 자리를 정돈하고 예배 봅시다. 점심은 예배 후에 합니다’ 그 순간 모두 주섬주섬 가방에 보따리를 집어넣는다. 그러곤 엄숙하게 예배모드로 들어간다.
호흡이 있는 자마다 여호와를 송축할 지어다. 하얀 눈을 맞으면서 찬미의 주, 할렐루야를 시작으로 참 아름다와라 찬송을 부른다. 무릎 위로 떨어지는 눈은 그야말로 하얀 눈꽃이다. 눈 입자가 무슨 분유가 살짝 엉긴 것 같이 살포시 앉아 있다가 자취를 감춰버린다. 우윳빛 눈꽃을 맞으며 주님의 세계가 아름다운 지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땅의 흙도 살아 움직이고 땅에 묻어 있는 이름 모를 들풀도 꿈지럭대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개미들도 그 높은 산중에서 자기의 존재를 알리고자 부지런히 먹이를 찾아 헤매는 건지 쌀쌀거리며 잘도 돌아다닌다. 대원들 머리 위로 하나 둘 눈송이가 쌓여있다가 우르르 떨어지기 시작하다가 그 것이 다시 눈발이 되어 휘날린다. 차가운 공기로 인해 이내 녹지를 못하고 날라다니고 있다.

해리 목사님께서 ‘함께하는 걸음’이란 제목으로 설교를 하신다. 올바른 걸음이란 밝은데로 걷는 걸음이며 오직 지혜 있는 자와 같이 하여 합당하게 걷는 걸음을 말함이라고 하신다. 에베소서는 바울이 옥중에서 선교 여행을 하며 개척한 에베소 교회를 생각하며 쓴 옥중 서신이다. 그가 인생을 마무리하면서 그 제자들을 기억하며 절절하게 이어나간 이야기이다. 모두들 충만한 모습으로 아멘한다. 그리고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찬송을 하고 해리 목사님의 축도로 예배를 마치다. 그 어느 누구가 이런 서정적인 예배를 드려본 적이 있는가. 8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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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
6/4/2011 12:32:06 pm

8천피트 상공에서 눈꽃을 맞으며 신이 창조하신 대 자연에서 실제 그 피조물들을 눈으로 보고 들으며 그 아름다움을 찬양한다는 것이 그저 주의 은혜이고 사랑이다. 예배를 본 후 잽싸게 도시락들을 꺼내서 맛있게 얌얌하면서 점심을 먹고 있다. 밥이 꿀떢꿀떡 잘도 들어간다. 밥맛도 좋다.

예배 후 짐정리하고 떠나려는데 전 선생님이 아직 안 내려오셨다구 걱정들이시더니 Ranger들에게 보고하고 4명은 그들과 함께 남아있고 대장님께서는 남은 대원들 인솔해서 하산하기로 한다. 모두들 심란해 하면서 내려오는데 대장님한테 무전기로 소식은 오는데 연락이 잘 안된다며 대장님은 다시 산으로 가신다. 나머지 대원들은 서로 모여서 내려가기로 하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성숙하게 행동하는 대원들을 보면서 대장님이 없으니 그 다음 사람이 알아서 행동하고 또 나머지는 모두 지시대로 따른다. Nevada Fall에 도착하여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면서 혹여 소식이 올까싶어 모두 위쪽만 쳐다본다. 그러다 연락이 왔는 지 지금 모두 하산하고 있으니 걱정말고 천천히 내려가라고 지시가 떨어진다. 모두들 기쁜 마음으로 아까 오던 길이 아닌 John Muir Trail쪽으로 돌아돌아 내려온다. John Muir Trail로 굽이굽이 돌아돌아 오면서 발걸음이 가벼웁다. 가파른 계단도 아니고 Half Dome도 아니니 산토끼 걸음으로 깡총깡총 모두 종종대며 울랄라 내려온다.

오늘은 기분도 좋고 마무리도 잘 되었으니 그 산더미같이 쌓인 삼겹살과 로스 구이를 해먹어야 하는 관계로 대장님은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니셨는지 숙소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고기를 구워도 된다는 허락을 받으셔서는 지시가 떨어진다. 남자대원들은 벌써 상을 피고 고기를 굽고 카레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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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
6/4/2011 12:35:31 pm

카레를 만들고 있다. Mrs. Moy는 날렵한 몸매로 두리두리 카레를 휘저으면서 진두 지휘하고 있다. 고기는 풀이 팍 죽어서 날라리하게 떨어지며 불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지고 있는데 다들 침을 꼴깍 삼킨다. 시장이 반찬이라구 다들 뒷짐지고 한 두마디 거들면서 즐겁게 식사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막간을 이용하여 대장님은 밥 먹는 장면도 한컷 한컷 정성들여 찍으신다. 고기가 구워지고 카레가 맛있게 익어가구 쌈장에 상추에 환상의 음식이 배 속에 차곡차곡 쌓여지니 모두 한 순간 긴장이 살살 녹아지고 있다.

오늘 저녁을 마지막으로 모든 부엌 살림과 반찬들을 정리해서 곰박스에 넣어 놓구 다른 짐들은 미리 버스에 실는다. 조금이라두 음식 냄새가 날 만한 것은 혹여나 싶어 모두 근처 곰박스에 차곡차곡 쌓아놓으신다. 낼 또 그 짐을 날라서 차에 실어야한다. 저녁도 맛있게 먹었고 산행도 좋았구 오늘 하루가 공중에 붕 떠서 날라다니는 것만 같다. 시간이 어느 순간에 멈춰서 날짜도 모르겠구 시간도 상관없구 그저 오늘 이 순간이 지나고 있고 낼이 되면 또 어떻게든 지나갈거란 생각엔 변함이 없다. 이렇게 오늘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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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
6/4/2011 12:38:25 pm

5월 30일
새벽 5시에 모든 짐을 버스에 싣고 떠날 준비를 끝낸 후 오전 11시까지 Yosemite Fall 산행을 마치고 곧장 LA로 출발 예정이며 점심은 차 안에서 각자 아침에 준비한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LA도착해서는 큰가마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헤어지는게 오늘 일정이다. 빡세다. 4시에 일어나 나가보니 깜깜한데 우리 일행의 텐트만 벌써 불이 환하게 켜있다.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들이 한 치의 착오도 없다. 버스가 우리 일행을 Yosemite Fall앞에 내려줘서 시계를 보니 아침 6시 30분이다. 지금부터 산을 올라서 9시가 되는 지점에서 내려오라고 지시를 하신다.

이른 아침 풀숲을 지나는 길에는 밤새 오므라 들었던 이름 모를 풀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봉우리를 열었다. 노오란색, 옅은 보라색, 주황색 할 거 없이 오염되지 않은 자연이 주는 창조의 색이다. 오른 쪽으로 폭포를 끼고 오르는 길에는 시냇물이 흐르고 땅의 충만한 기운과 어울어져 온 대지가 푸르다. 같은 초록색이지만 그 종류가 어쩜 그토록 다양한 지 그 빛이 산에서 하늘에서 땅에서 솟아나온 원초적인 푸르름이다. 폭포 위에서 떨어지는 물이 바람을 타고 비를 만들어 주었고 때로는 얼음비를 날려 주기도 했다. 첨에는 우박인가 했는데 머리가 따끔해서 바닥을 보니 삐죽한 얼음 조각이다. 심심하면 우박이 내려 내 발 앞에 엎드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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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
6/4/2011 12:40:37 pm

내가 욤이(요새미티의 앳칭)를 방문한 횟수는 기억이 잘 안될 정도로 많다. 기회만 되면 나는 이 곳을 즐겨 찾았다. 그 중에서 내게 기억되는 방문은 8년 전이었나 싶다. 타주에서 지인이 날 찾아 주었는데 산을 좋아하지도 않는 그녀를 데리고 나는 이 곳에 왔다. Curry Village 에 있는 Lodge에 묵으면서 등산 장비도 없고 등산화도 워킹화도 아닌 신발을 신고 아무 준비 없이 마음만 앞서서 아침은 Curry Village카페에서 하고 점심은 어떻게 했는 지 기억도 안나고 과자와 쵸콜렛 그리고 커피 한통을 짊어지고 Half Dome까지의 산행을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무모했었다. 처음 Vernal Fall 과 Nevada Fall까지는 그래도 볼 것도 많고 사람도 많아 지인은 그런대로 힘들지만 거기까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잘 따라 왔었다. Merced 강을 지나 Half Dome으로 가는 오르막 가파른 길을 따라 가면서 그 때는 왜 그리 그 길이 길었는 지 걸어가면서 오만가지 생각을 다 했었다.

지금은 산행에 이력이 붙어서 5마일까지는 아무 생각없이도 걸을 수 있는데 그 때는 정말 죽을 힘을 다해서 걸었었다. 젊음이 있었기에 그런 무모함도 다 용서가 될 수 있었던 거였는데 하프돔으로 가는 그 길은 지금 내 기억엔 볼 것도 없었고 사람도 없었으며 황량하고 메말랐던 길이었다. 고행이었다고 말해도 그 표현이 적절치 않다. 그래서 난 그 때 그 길의 느낌을 인생에 비유 했었다. 인생 30대인 Vernal Fall 과 40대인 Nevada Fall을 지나 50대 이후 Half Dome으로 가는 길에서 나는 참 많은 느낌을 가졌었다. 재미도 없고 특별한 것 없는 그저 그런 길을 가야만 하는 그 길을 걸으면서 묘한 매력을 느꼈었다. 그녀는 Half Dome 가기 2마일 정도 전에서 도저히 올라갈 수 없다며 울면서 주저 앉았었고 나는 마저 그 길을 걸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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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
6/4/2011 12:42:49 pm

나는 마저 그 길을 걸었었다. 걷다가 뒤를 돌아다 보면 완전 90도 각도로 가파라서 잠시라도 정신줄을 놓거나 후둘거리다가는 곧장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은 그런 절박한 느낌이었다.

왠지 그 때는 욤이 내게는 그렇게 크고 무서워서 감히 다가갈 수 없는 두려운 존재였었다. 하프돔 앞에서 젊은 애들은 두툼한 로프를 붙잡고 깡총깡총 잘도 올라가더만 나는 그 앞에서 맥도 못추고 그 줄을 잡고 한 참을 있었다. 무섭기도 했거니와 시간을 보니 벌써 3시를 넘어가고 있었는데 그 후배는 저 아래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나는 다리가 후들거리고 배가 고파 한 걸음도 내딛일 수 없었다. 사람들은 줄이어 하산을 하는데 나는 겨우 올라 한 발자욱도 발걸음을 움직일 수 없었던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살려주십쇼’였다. 살아 돌아갈 수만 있다면 전보다 더 좋은 일 하고 착하게 살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한 후 정신을 빠짝 차려서 폴짝 폴짝 내려가는 젊은 아그에게 부탁해서 그들의 배낭을 잡고 하산을 했었다. 정상을 눈 앞에 두고 로프 한 번 잡아보고 그 발 앞에 납작 엎드러져서 한참을 내려와보니 후배는 풀숲에 앉아 눈이 빠져라 나만 기다리고 있었으며 걱정을 많이 했다고 했다. 나는 가방을 풀어 남겨놓은 과자 몇 개와 쵸컬렛 그리고 커피를 주면서 진심으로 사과했었다. 그 후배는 그냥 어떨결에 준비도 없이 거기가 어딘 줄도 얼마만한 거리인 지도 모르고 나만 믿고 따라나섰던 것이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 정말 고맙고 미안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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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
6/4/2011 12:45:42 pm

그 때 그녀는 내려가는 도중 엉치뼈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거의 내려가질 못하다가 결국 지나가던 사람들의 도움으로 그들 양쪽 팔에 의지해서 겨우 내려왔고 거의 저녁 8시가 되어 도착했던 그런 기억이 있다. 그 후로 그 후배는 집에가서 병원으로 직행했으며 나중엔 신학 공부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으며 후에 그녀를 한국에서 만났을 때는 목사 사모님이 되어 있었다. 내게 요세미티는 그런 기억으로 얼룩져 있다. 그 후론 요세미티를 가면 John Muir Trail이나 요세미티 Village 근처나 가까운 곳에서 지내다 가곤 했으니까 10마일이 넘는 산행은 그 후로는 이 번이 처음인 셈이었다.

시간을 보니 아직 아침 8시 밖에 안되었다. 폭포를 오른 쪽으로 끼고 빙글빌글 돌아 올라가면서 옷을 벗었다가 우비를 입었다가 돌길을 걸었다가 푹신한 흙이 덮힌 산길을 걸었다가 모든 종류의 길은 요세미티에서 다 걸었다. 시시 때때로 폭포 주변에 운무가 드리우거나 떨어지는 폭포수로 인한 물안개가 살알짝 피어올라 그 길을 오르는 어느 한 순간도 놓칠 수가 없었다. 보여줄 듯 말 듯 애 태우다가 어느 순간 짜잔하고 나타나면 그 모습은 파노라믹 전경으로 펼쳐진다. 그 변화무쌍한 모습엔 한 순간도 긴장을 풀 수가 없다. 사방을 빙그르르 돌면서 동영상이나 되야 그나마 설명이 가능하다. 사진 한 컷으로는 미완성이다. 아니 설명을 할 수가 없다. 그러니 그 참 모습을 내가 아무리 주절대봐야 그 귀퉁이 참 모습에 다가갈 수조차 없다. 구름이 비를 만나 비구름이 되는게 정상인데 때에 따라 기분에 따라 눈발이 날리기도, 우박이 떨어지기도, 눈꽃이 피기도, 비가 오기도, 얼음 우박이 떨어지기도 한다. 높이 올라가보니 눈이 소복이 앉은 소나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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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
6/4/2011 12:48:21 pm

눈이 소복이 앉은 소나무 위에는 더이상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그 가지가 부러졌거나 뿌리채 뽑혀서 자연 속으로 되돌아간다. 그래서 빽빽한 산중의 그 자리에는 여운이 있다. 죽어가는 나무 뿌래기에도 푸르른 생기가 돌고 또 다른 순환을 만들어 자연은 쉼이 없다. 우리가 다람쥐 쳇바퀴를 도는 인생을 살듯 그들도 자연과 순화, 동화, 변화하면서 묘한 조화를 이룬다.

길은 분명 하나 밖에 없었는데 올라갔던 기억조차 없고 오던 길을 내려 가는데 긴가민가 하기를 수없이 하면서 내려왔다. 이른 아침에 올라갔던 그 길은 이제 과거가 되어 올라갔던 기억조차 없고 내려가는 이 길은 내게 또 하나의 희망을 주고 아쉬움을 주며 또 다시 만나고 싶다라는 결연한 의지를 심어준다. 2박 3일 욤이의 충만한 기운에 빠져서 버스에 몸을 실어 의미심장한 의지를 한 바가지 퍼서 집으로 향한다. 삶에 그 어떤 윤활유가 되어 어떤 변화된 삶을 살 수 있을지는 모두 각자의 몫이다. 어떤 삶을 살던 그건 전적으로 우리의 자유의지에 달렸다. 이번 산행에서 내가 느낀 것은 하늘도 맛이 있다는 것, 이슬도 색이 있다는 것, 눈꽃도 때가되면 핀다는 것, 그래서 비도 구름도 이슬도 하늘도 우리도 모두 하나라는 것, 그리고 그건 자연이 욤이 내게 준 선물이자 무한한 사랑이라는 것. 내가 그렇게 무심하게 바라보던 바람도 구름도 비도 햇볕도 나름의 성깔과 무늬와 색과 맛이 있다는 것을 느낀 순간 그건 분명 욤이 내게 준 보너스이자 인생의 덤이라는 것이다.

집으로 가는 중인데 잠도 오지 않고 오히려 의식이 더 맑아져서 욤이의 생생한 기억이 내 가슴을 촉촉히 적시고 있다. 아마도 나도 밸산 식구들 모두 그렇게 한동안은 욤이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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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
6/4/2011 12:51:38 pm

아마도 나도 밸산 식구들 모두 그렇게 한동안은 욤이 얘기로 그 기억을 더듬으며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버스 뒷 쪽에서 들리는 웃음소리가 밝다. 집으로 돌아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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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onhee Moy
6/4/2011 12:54:11 pm

벨산에 글쟁이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또 다른 감동이예요! 우리 벨산을 너무 사랑하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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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
6/4/2011 02:50:16 pm

6월 4일, 2011 Mt. Waterman (6마일, 1,270 feet)
오늘 산행 어떠셨나여? 재밌으셨나여? 모두들 조용하게 디저트 먹으까 마까 배부른데 에라 한 숟가락만 먹어보자 뭐 이런 분우구 였어여. 그쳐. 욤이의 기운이 아직 기억에 아물거려서 오늘은 모두 조용하게 그리고 터덜터덜 걸으시데여. 글구 산꼭대기 올라가셔서는 다들 누우셔서 한숨 주무시는데 힘들어보였어여. 사실 저도 월요일 도착해서 화욜부터 정신없이 한 주를 보냈져.
밸산 회원님들, 힘내시고 어서 정상으로 돌아가셔서 힘차게 또 한 주를 맞이하세여. 이제 욤이의 기억은 맘 한 구탱이에 묻어 두고 시간될 때 가끔 꺼내보시고 매일 새로운 날을 맞이하시기 바래요. 오늘 디저트 산행을 마치고 각자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한 주가 되시길 바래여.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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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ah
6/5/2011 10:40:52 am

마운틴 워러맨도 기묘한 바위군에 나뒹구는 솔방울에 나름 운치있고 좋았는데, 우리 밸산 식구들 요세미티 다녀온 후로 다들 눈이 높아졌는지.. 별다른 감흥이 없네요ㅋㅋ 대신 어제 개통한 2번 하이웨이를 너무 잘 닦아놔서 오며 가며 반짝반짝해진 도로변을 보며 감탄했네요. kc님 욤이 산행기 재밌게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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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Spencer
6/10/2011 10:43:24 am

kc 님 의 글솜씨 너무 아름답고 사랑이 가득 하네요. 아주 재미밌게 읽었읍니다
너무 과분한 칭찬 의 말씀 에 얼굴 화끈~ 화끈~
아뭍은 감사 또 감사 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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